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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이야기

흙으로 돌아간 토지

흙으로 돌아간 '土地'


한국 문단의 큰 별이 떨어졌다. 우리 현대문학의 금자탑으로 평가받는 대하소설 '토지'를 쓴 원로 소설가 박경리(朴景利·82)씨가 5일 오후 서울 아산병원에서 지병으로 별세했다.

박경리씨는 지난달 4일 뇌졸중으로 오른쪽 반신 마비 증세를 보여 병원에 입원한 뒤 중환자실과 집중치료실을 오가며 치료를 받았으나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 박경리씨는 지난해 7월 폐에서 종양이 발견됐고, 고령을 이유로 항암 치료를 거부한 채 요양을 해왔다.

1926년 10월 28일 경남 통영에서 태어난 고인은 1955년 김동리의 추천으로 문예월간 현대문학에 단편 '계산(計算)'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장편 '김약국의 딸들'(1962) 등 수십 편의 장·단편을 발표했다. 박경리씨는 1969년 현대문학에 대하소설 '토지'를 연재하기 시작해 여러 매체로 지면을 옮겨가며 1994년 탈고했다. 유족으로 딸 김영주(토지문화관장)씨와 사위 김지하 시인이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하기로 했다. 장례식은 8일 오전 8시이며, 이후 원주 토지문화관에서 노제를 지내고, 9일 통영 산양읍 미륵산 양지농원 묘역에 안장된다. 장례위원장은 소설가 박완서씨.
-조선일보 김태훈 기자 scoop87@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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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씨는 1945년 진주 고등 여학교를 졸업하고 결혼했으나, 한국 전쟁중 부군이 납북된 후 창작 활동에 전념했다.
1955년과 그 이듬해에 걸쳐 <현대 문학>에 단편 <계산>과 <흑흑백백>이 추천되어 문단에 등장한 이래 <전도>,<불신 시대>,<암흑 시대>등의 작품을 발표하였다.1957년 부정과 악에 강렬한 고발 의식을 보여 준 <불신 시대>를 발표하여 제3회 현대 문학 신인상을 수상하였고, 여류 작가로서의 기반을 굳건히 하였다.그의 초기 작품들은 대체로 한국 전쟁 때 남편을 잃고 홀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거나 딸 하나를 데리고 사는 전쟁 미망인을 주안공으로 하고 있다.

이들 작품에서는 전쟁 미망인들의 삵, 또는 그들의 눈을 통해 사회 현실의 훼손된 국면들을

예리하게 파헤쳤다.


1959년에는 생활고에 시달리는 고독한 여인의 심적 방황을 그린 장편 소설 <표류도>를 발표하여 제3회 내성 문학상을 수상한 것을 계기로 장편 소설의 집필에 주력하였다.이후 <내마음은 호수>,<은하>,<푸른 은하> 등의 신문 연재 소설을 발표하는 한편,1962년에는 전작 장편 <김약국의 딸들>을 발표하였다. <김약국의 딸들>은 이전의 전쟁 미망인을 즐겨 등장시킨 자전적 사건에서 벗어나 객관적인 시선을 확보하였고,공간적 배경도 전쟁터가 아닌 통영으로 바뀌었으며,제재와 기법면에서 다양한 변모를 보인 전환기적 작품이다.1964년에는 한국 전쟁이라는 민족사의 비극을 생활인으로서의 시각과 전쟁을 수행하는 이데올로기의 시각을 통해 예리하게 부각시킴으로써 역사를 정면으로 바라보고자 하는 노력을 담은 전작 장편 <시장과 전장>을 간행하여 문단의 주목을 받았고, 이듬해에 제2회 한국 여류 문학상을 수상하였다.이어

<가을에 온 여인>,<늑지대>,<타인들>,<환상의 시기>등을 연재하였다.


1969년 이후부터는 대하 장편 <토지>에 몰두하였다.하동의 대지주 최 참판네 일가를 중심으로 한말에서부터 식민지 시대를 거쳐 조국 광복에 이르는 민족사의 변천을 형상화하고 있다.이 작품에서 보여지는 광대한 스케일과 한국 근대사의 전개에 관한 작가의 독특한 시각은 우리 소설사에서 매우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1972년에는 <토지> 제1부로 제7회 월탄 문학상을 수상한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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