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 무려 세 길이나 되었다. 성 안에 우물은 핏빛으로 변했다. 두꺼비 수만 마리가 나
무 위로 기어올랐고 사람들은 놀라 달아났다.”
삼국사기는 백제가 660년 나당(羅唐)연합군에 의해 패망하기 전 상황을 이렇게 묘
사하고 있다. 백제 의자왕은 흉흉해진 궁궐 밖의 민심을 알 수 없었고, 충언을 한 충신
들을 하옥시켜 결국 나라를 잃게 됐다고 삼국사기는 적었다. 대재앙이나 불길한 사태
를 알려주는 ‘영험한 동물’로 두꺼비를 표현하는 대목이 사기에 여러 차례 등장한다.
한국 설화에 많이 등장하는 동물 가운데 하나가 두꺼비다. 은혜를 입은 소녀의 생명
을 지네로부터 구한다거나 밑빠진 독을 메워 콩쥐를 돕는 등 보은의 동물로 묘사된다.
또 민간에서 두꺼비는 재와 복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어렸을 때 누구나 한번쯤 해보았
을 “헌집 줄게, 새집 다오”하는 ‘두꺼비 집’ 만들기 놀이도 재화를 축원하는 내용이다.
고려 우왕 11년(1385년) 섬진강 하구에 왜구가 침입했을 때 두꺼비 수만 마리가 울어대
왜구를 물리쳤고, 이때 ‘두꺼비 섬(蟾), 나루 진(津)’자를 붙였다는 전설도 내려온다. 두
꺼비는 환경오염 등으로 오늘날 개체수가 현격히 줄었지만 선조들 눈에는 영물로 비쳤
다.
중국 쓰촨(四川)성에서 대지진이 발생하기 며칠 전 두꺼비떼가 대이동하는 등 징조
가 있었다고 한다. 주민들은 지진연구센터를 방문해 대책을 요구했으나 ‘말을 꾸며낸
다’며 오히려 타박을 받았다는 것이다. 24만명의 생명을 앗아간 탕산대지진 1년 전인
해성대지진때는 강도가 같았지만 단 한 명의 인명피해가 없었다. 동물의 이상행동, 지
하수 변화 등 전조현상을 두루 헤아려 미리 대피했기 때문이다.
지진에 앞서 동물들이 갑자기 우리를 뛰쳐나가는 등 이상행태를 보인다는 게 일부
과학자들의 주장이다. 동물들이 지진에 민감한 이유를 학자들은 지진 발생 전에 나타
나는 초음파와 온도변화를 섬세히 지각하기 때문으로 추정한다. 이러한 전조현상은 일
관성 있게 관찰되지 못해 이론화되지 못하고 있다. 지진을 예측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게 현대 과학의 숙제가 아닌가 싶다.(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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