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05.27 23:29 / 수정 : 2010.05.27 23:38
북한 年 수천만달러 4만여명 임금 사라져
철도 개발로 분산된 軍시설 재조정해야
협약 파기한 국가에 누가 투자하겠나
이런 피해 놓고 北권력 내부갈등 가능성
필자는 1998~1999년 국군의 평시작전통제권을 행사하는 합참의장직을 수행하면서 북한의 동해 잠수정 침투사건(98년 6월), 강화도 간첩선 침투사건(98년 11월), 남해안 반잠수정 침투사건(98년 12월) 대응을 지휘했고, 서해연평해전(99년 6월)을 지휘했다.
서해연평해전에서 참패한 북한은 이례적으로 교전발생 5시간 만에 북한중앙통신을 통해 '천배, 백배의 보복 타격'을 가할 것을 다짐하였다. 기회를 엿보던 북한은 2002년 월드컵 분위기에 젖어 있는 시점을 이용해 보복을 가했다. 제2연평해전이다. 천안함 폭침 역시 지난해 11월 서해 대청해전에 대한 북한의 보복이라고 본다.
우리 정부가 천안함 공격에 대한 대응 조치를 발표하자 북한은 개성공단을 폐쇄할 것처럼 위협하고 있다. 필자는 군에서 퇴역 후 2001년부터 2004년까지 한국토지공사 사장으로 재직했다. 바로 그 기간에 개성공단사업이 추진됐다. 개성공단과 관련한 문제들을 직접 경험한 사람으로서 북한은 결코 말처럼 쉽게 개성공단을 자신들의 대남 위협 카드로 사용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한다.
개성공단사업은 시작 단계에서 별 진전이 없었다. 북한 군부의 완강한 반대 때문이라고 했다. 개성에 2000만평 규모의 공업지구와 배후 도시를 건설하면 북한군은 전면전시 서울을 제일 빠르게 공격할 수 있는 개성-문산 축선의 주접근로(主接近路)를 지향하고 있던 전선 병력을 소개(疏開)시켜야 한다. 군부로서는 당연히 반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2002년 10월 북한의 실권자인 장성택이 우리나라와 중국의 산업단지를 돌아보고 난 후 사업 추진이 빨라졌다. 북한 정권이 달러에 얼마나 목이 말랐는지를 잘 보여준 사례다.
한국토지공사는 이 사업의 시행자가 됐다. 그런데 2004년부터 개성공단사업이 본격 진행되면서 당시 정부는 남북 관계 성과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민간 경협이 돼야 할 이 사업을 사실상 정부가 주도하는 사업으로 변질시켰다. 남측 대 북측 당국자 간의 관계가 형성됨으로써 사업장에서 시장경제 논리가 많이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그때부터 남북 간의 정치적·군사적 문제가 생길 때마다 북한은 통행 제한 조치를 하는 등으로 개성공단을 대남 압박 전략 수단으로 활용하여 왔다. 얼마 전에도 북측 국방위의 정책국장을 포함한 군인들이 개성공단 실태조사라는 명분으로 방문하여 우리 기업들을 위협했다.
북한의 천안함 공격이 아니더라도 개성공단사업이 안고 있는 각종 문제들은 종합적으로 검토되었어야 했다. 북한은 토지임차료, 임금, 사업자 지위 보장 등 명문화된 법조항이나 협약서조차 준수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또 아직까지도 통신·통관·통행 등 체류 인원의 신변안전보장을 위한 제도 합의를 거부하고 있다. 북한은 정경(政經) 분리와 시장경제 논리라는 경협의 기초도 보장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개성공단엔 정치·군사적 영향으로 항상 기업 경영의 위기감이 떠돌고 있다. 이런 근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앞으로도 우리 정부와 기업은 언제나 북한의 눈치를 봐야 한다. 기업 경영에서 돈을 대는 쪽이 받는 쪽의 눈치를 본다는 것은 한마디로 기현상이다. 개성공단의 남북관계란 막대한 우리 자금을 투자하면서 북이 가라면 가고 오라면 오는 굴욕적인 관계라고 할 수 있다.
개성공단이 문을 닫게 되면 남한만이 아니라 북한도 큰 손실을 보게 돼 있다. 우리의 경우, 지금까지 투자한 금액은 정부 및 한국토지공사 등이 6000억~7000억원을 투자했고, 여기에 민간인 투자 5000억~6000억원을 합치면 총투자비가 1조2000억원을 약간 넘을 것이다. 이 중 기업투자비의 대부분을 경협보험으로 보상해줘야 하는 부담과 해당 기업들이 당장 경영을 재개할 수 없는 어려움도 있다.
그러나 개성공단의 폐쇄는 북한에도 커다란 사회적·경제적·군사적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현재 개성공단엔 북측 근로자 4만3000여명이 일하고 있다. 부양가족까지 합치면 10만명이 넘는 인원이 개성공단에 목을 매고 있다. 이 많은 사람들이 북한에서 가장 높은 임금을 받던 직장을 하루아침에 잃게 된다는 것은 북한 체제에서도 심각한 문제일 것이다. 북한 당국이 개성공단에서 벌어들이던 연 수천만달러가 없어지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군사적으로도 북한은 문산에서 개성에 이르는 도로, 철도 개발로 인해 분산된 군부대를 재조정하기 위해 엄청난 돈과 시간을 써야 한다.
북한이 개성공단을 마음대로 폐쇄시키면서 중국 등 다른 나라 자본을 유치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협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국가에 누가 투자를 하겠는가. 중국 자본이 온다고 해도 우리가 개성공단에 대한 전력공급을 중단하면 그만이다.
북한은 개성공단 폐쇄로 자신들이 입을 피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절대 쉽게 공단 폐쇄 결정을 내리지 못할 것이다. 만약 그런 무모한 결정을 내려서 그로 인한 피해가 현실화될 경우 그 잘잘못을 놓고 북한 권력층 내부에서 심각한 갈등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필자는 이 기회에 우리가 의연하게 대처하면 개성공단을 마치 자신들의 대남 압박 카드인 줄로 아는 북한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 ▲ 김진호 예비역 육군대장·전 한국토지공사 사장
북한 年 수천만달러 4만여명 임금 사라져
철도 개발로 분산된 軍시설 재조정해야
협약 파기한 국가에 누가 투자하겠나
이런 피해 놓고 北권력 내부갈등 가능성
필자는 1998~1999년 국군의 평시작전통제권을 행사하는 합참의장직을 수행하면서 북한의 동해 잠수정 침투사건(98년 6월), 강화도 간첩선 침투사건(98년 11월), 남해안 반잠수정 침투사건(98년 12월) 대응을 지휘했고, 서해연평해전(99년 6월)을 지휘했다.
서해연평해전에서 참패한 북한은 이례적으로 교전발생 5시간 만에 북한중앙통신을 통해 '천배, 백배의 보복 타격'을 가할 것을 다짐하였다. 기회를 엿보던 북한은 2002년 월드컵 분위기에 젖어 있는 시점을 이용해 보복을 가했다. 제2연평해전이다. 천안함 폭침 역시 지난해 11월 서해 대청해전에 대한 북한의 보복이라고 본다.
우리 정부가 천안함 공격에 대한 대응 조치를 발표하자 북한은 개성공단을 폐쇄할 것처럼 위협하고 있다. 필자는 군에서 퇴역 후 2001년부터 2004년까지 한국토지공사 사장으로 재직했다. 바로 그 기간에 개성공단사업이 추진됐다. 개성공단과 관련한 문제들을 직접 경험한 사람으로서 북한은 결코 말처럼 쉽게 개성공단을 자신들의 대남 위협 카드로 사용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한다.
개성공단사업은 시작 단계에서 별 진전이 없었다. 북한 군부의 완강한 반대 때문이라고 했다. 개성에 2000만평 규모의 공업지구와 배후 도시를 건설하면 북한군은 전면전시 서울을 제일 빠르게 공격할 수 있는 개성-문산 축선의 주접근로(主接近路)를 지향하고 있던 전선 병력을 소개(疏開)시켜야 한다. 군부로서는 당연히 반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2002년 10월 북한의 실권자인 장성택이 우리나라와 중국의 산업단지를 돌아보고 난 후 사업 추진이 빨라졌다. 북한 정권이 달러에 얼마나 목이 말랐는지를 잘 보여준 사례다.
한국토지공사는 이 사업의 시행자가 됐다. 그런데 2004년부터 개성공단사업이 본격 진행되면서 당시 정부는 남북 관계 성과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민간 경협이 돼야 할 이 사업을 사실상 정부가 주도하는 사업으로 변질시켰다. 남측 대 북측 당국자 간의 관계가 형성됨으로써 사업장에서 시장경제 논리가 많이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그때부터 남북 간의 정치적·군사적 문제가 생길 때마다 북한은 통행 제한 조치를 하는 등으로 개성공단을 대남 압박 전략 수단으로 활용하여 왔다. 얼마 전에도 북측 국방위의 정책국장을 포함한 군인들이 개성공단 실태조사라는 명분으로 방문하여 우리 기업들을 위협했다.
북한의 천안함 공격이 아니더라도 개성공단사업이 안고 있는 각종 문제들은 종합적으로 검토되었어야 했다. 북한은 토지임차료, 임금, 사업자 지위 보장 등 명문화된 법조항이나 협약서조차 준수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또 아직까지도 통신·통관·통행 등 체류 인원의 신변안전보장을 위한 제도 합의를 거부하고 있다. 북한은 정경(政經) 분리와 시장경제 논리라는 경협의 기초도 보장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개성공단엔 정치·군사적 영향으로 항상 기업 경영의 위기감이 떠돌고 있다. 이런 근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앞으로도 우리 정부와 기업은 언제나 북한의 눈치를 봐야 한다. 기업 경영에서 돈을 대는 쪽이 받는 쪽의 눈치를 본다는 것은 한마디로 기현상이다. 개성공단의 남북관계란 막대한 우리 자금을 투자하면서 북이 가라면 가고 오라면 오는 굴욕적인 관계라고 할 수 있다.
개성공단이 문을 닫게 되면 남한만이 아니라 북한도 큰 손실을 보게 돼 있다. 우리의 경우, 지금까지 투자한 금액은 정부 및 한국토지공사 등이 6000억~7000억원을 투자했고, 여기에 민간인 투자 5000억~6000억원을 합치면 총투자비가 1조2000억원을 약간 넘을 것이다. 이 중 기업투자비의 대부분을 경협보험으로 보상해줘야 하는 부담과 해당 기업들이 당장 경영을 재개할 수 없는 어려움도 있다.
그러나 개성공단의 폐쇄는 북한에도 커다란 사회적·경제적·군사적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현재 개성공단엔 북측 근로자 4만3000여명이 일하고 있다. 부양가족까지 합치면 10만명이 넘는 인원이 개성공단에 목을 매고 있다. 이 많은 사람들이 북한에서 가장 높은 임금을 받던 직장을 하루아침에 잃게 된다는 것은 북한 체제에서도 심각한 문제일 것이다. 북한 당국이 개성공단에서 벌어들이던 연 수천만달러가 없어지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군사적으로도 북한은 문산에서 개성에 이르는 도로, 철도 개발로 인해 분산된 군부대를 재조정하기 위해 엄청난 돈과 시간을 써야 한다.
북한이 개성공단을 마음대로 폐쇄시키면서 중국 등 다른 나라 자본을 유치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협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국가에 누가 투자를 하겠는가. 중국 자본이 온다고 해도 우리가 개성공단에 대한 전력공급을 중단하면 그만이다.
북한은 개성공단 폐쇄로 자신들이 입을 피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절대 쉽게 공단 폐쇄 결정을 내리지 못할 것이다. 만약 그런 무모한 결정을 내려서 그로 인한 피해가 현실화될 경우 그 잘잘못을 놓고 북한 권력층 내부에서 심각한 갈등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필자는 이 기회에 우리가 의연하게 대처하면 개성공단을 마치 자신들의 대남 압박 카드인 줄로 아는 북한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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