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자 A4면 '성금 1억 낸 故 민평기 상사 어머니 윤청자씨' 기사를 읽고 한참 동안 억제할 수 없는 감동에 젖었다.
농민에게 1억원은 엄청난 거금이다. 논밭에서 농사를 지어 평생을 못 먹고 아끼면서 살아도 1억원을 손에 쥐어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나는 농부의 아들이고 농촌에서 자랐기에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런데 그런 거금을 우리 영해·영토에 한 발짝이라도 침범하는 자들을 응징하기 위한 무기 구입에 사용하라고 아낌없이 내놓으셨다.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은 그동안 국가 안보에 소홀해 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햇볕정책이란 미명으로 금강산 관광사업을 통해, 개성공단을 통해, 혹은 인도적인 사업을 통해, 북한에 막대한 경제 원조를 해주었다.
그 돈은 북한이 핵 국가가 되도록 도와준 결과가 되었고, 우리의 관광객을 죽이고, 우리의 젊은 해군을 살육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지금도 '비핵 3000'이라든가 '평양 리모델링'이라든가 심지어 엄연한 적대국에 대해 주적(主敵)이 아니라고 호도하면서 국방예산을 삭감하는 순진한 정책이 계속되어 왔다.
전쟁을 준비하는 자만이 평화를 누릴 수 있다는 가장 기초적인 안보의식까지 망각하고 우리는 살아온 셈이다. 결국은 천안함 피격사건은 대한민국 국민의 자업자득(自業自得)이라 할 수 있다.
윤청자씨는 자신을 "자식새끼 하나 지키지 못한 죄 많은 여인"이라 했다. 그동안 안보의식이 부족한 우리의 지도자들, 국회의원들, 대통령을 뽑은 우리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죄인이다. 민주주의 국가는 궁극적으로 국민이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공격을 당하면 왜 자신을 방어하는가? 사람은 생명이 있기 때문이다. 돌멩이는 수없이 공격당하고도 조용히 참는다(When a man is struck, why does he defend himself. Because he has a life. A stone can bear all sort of blows quietly)'라는 금언이 있다.
우리가 또다시 이런 일을 당하지 않으려면 우리의 안보의식도 달라져야 한다. 언제까지 우리가 그림자 국가, 돌멩이 국민으로 당하고만 살아가야 하겠는가? http://www.chosun.com/
박순범(영어강사)
-------------------------------------------------------
천안함 어머니 1억원 안보 성금과 참여연대의 헛소리(조선일보사설 6.17)
천안함 폭침(爆沈)으로 전사한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 윤청자(67)씨가 14일 청와대에서 국가 안보에 써달라며 1억원의 성금을 전달했다. 16개 보훈 단체 대표와 국가 유공자 유가족 700명이 참석한 오찬 자리에서였다. 윤씨는 국민이 모아준 성금에서 만든 1억원짜리 수표가 든 봉투를 사전 의사 표시 없이 청와대 안보특보에게 맡겼다.
윤씨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에서 "대통령님, 1억원은 비록 적은 돈이지만 우리 영해와 영토를 한 발짝이라도 침범하는 자들을 응징하는 데 사용해 주시길 바랍니다"라고 부탁했다.
북한의 어뢰 도발로 34세 막내아들을 잃은 윤씨는 충남 부여군 은산면 시골집에서 부군 민병성(71)씨와 함께 농사를 짓고 있다. 평소 윤씨는 "부자에 비하면 가난하고, 가난한 사람에 비하면 부자"라며 "빚지지 않고 살면 부자"라고 했다고 한다.
윤씨 부부의 세 아들 중 막내였던 민평기 상사는 1997년 해군에 입대해 지난해 2월부터 천안함에서 근무했다. 미혼인 막내를 졸지에 가슴에 묻은 윤씨는 "국민의 애도에 몸 둘 바를 모르겠다"며 "이런 일이 또다시 없으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했다. 윤씨의 큰아들은 "어머니가 결정하신 뜻을 자식 된 도리로서 따르는 게 당연하다"며 "액수가 적어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윤씨는 막내아들의 모교인 부여고에서 학생들이 걷은 성금 120만원을 가져오자 "어려운 부모들이 시골에서 자식 가르치려면 피땀을 흘리는데 내가 그 돈을 어떻게 받겠느냐"며 30만원을 얹어 되돌려주기도 했다.
윤씨는 천안함 희생 장병 영결식 때 억울한 심정을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에게 털어놓았었다. 그러나 강 대표는 방송 출연에서 "정부와 한나라당이 북한 소행이라고 몰아붙이니까 할머니가 그렇게 생각하신 것"이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했었다.
손녀를 통해 그 소식을 들은 윤씨는 "난 일개 촌부(村婦)로 일자무식이지만 내 아들이 왜 죽었는지는 안다"고 했다. 천안함 유족들은 참여연대가 유엔 안보리에 정부의 천안함 조사에 의혹이 있다는 편지를 보낸 데 대해 "희생 장병을 두 번 죽이는 것"이라며 분노하고 있다.
표현의 자유를 내세워 엉뚱한 발언을 서슴지 않는 정치인과 단체들은 "정치하시는 분들 제발 안보만큼은 하나 되고 한목소리로 돼 주시기를 부탁 드린다"는 윤청자씨의 호소를 아프게 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