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계시판

이효리와 이정희, ‘개천 용’의 쌩얼

김만조 2012. 7. 6. 22:54
이효리와 이정희, ‘개천 용’의 쌩얼

임 춘 훈 컬럼
언론인, 전 한국방송공사 미주지사 사장

요즘 멸종위기 동물 1순위는 단연 ‘개천에서 난 용’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미국은 우선 도시에 개천이 없고, 따라서 개천의 구정물
속에 살다 승천하는 용은 볼 수 없습니다. 물론 우스개 소리입니다.
미국은 선진국 중에서 특히 계층 이동이 어려운 나라로 꼽히고
있습니다. 가난한 20%의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의 40%는 성인이 된
후에도 가난하고 부자 20%의 아이들 중 60%는 어른이 된 후에도
부자로 살게 되지요.
학벌이 계층 이동을 방해하는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는 한국은 사정이
미국보다 더 열악합니다. SKY(서울대, 고대, 연세대)를 나와야 좋은
직장을 얻을 수 있습니다. SKY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학군 좋은 강남이
절대 유리하지요. 강남에 집 얻어 살려면 강북보다 가구 수입이 엄청
많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자부모를 결사적으로(?) 만나야
합니다. 미국이 개천에서 용이 나기 어려운 나라가 돼가고 있다면,
한국은 이미 ‘개천 용’이 사라져 버린 나라인지도 모릅니다.
얼마 전 SBS의 인기 토크쇼 ‘힐링캠프’에서 가수 이효리를
만났습니다. 한국 최고의 섹시 디바, 만능 엔터테이너, 화려한 이슈
메이커, 트렌드 리더, 그리고 지금은 동물 보호 운동과 독거노인 등
불우 이웃을 돕는 쇼셜테이너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개념 연예인.
부와 성공과 호사스러움의 대명사인 이효리가 가난한 이발소 집
천덕꾸러기 막내 딸이었다는 걸 힐링캠프를 보고 처음 알았습니다.

그는 제작진과 함께 20몇년 전 자신의 구차스런 유년의 추억이
담겨있는 ‘개천’인 남루한 이발소를 찾았습니다. 이발소 한켠에 붙은
쪽방에서 여섯 식구가 밥 먹고 잠자고 아귀처럼 싸우고 뒹굴면서 살던
때의 얘기를 이효리는 담담하게 들려줬습니다.
이발사인 아버지는 처자식을 그렇게 개고생 시키면서도 꽤나 엄격했나
봅니다. 수틀리면 밥상을 뒤엎어 아이들을 굶겼다지요.
지금은 7순이 된 아버지가 힐링캠프에 불려나와 막내딸을
안아주며 “그땐 미안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회환의 눈물을
보이는 장면은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괜찮아 아빠. 지금은 돈 제일 많이 버는 내가 우리 집 왕이쟎아. 아빠
건강하게 오래 사세요.” 대충 이런 말로 무거워지려는 토크쇼의
분위기를 이효리는 반전시켜 놨습니다. 그녀의 예능적인 순발력이
돋보이는 장면이었지요.
이발소 집 딸과 떡집 딸
이효리는 1979년 생으로 올해 나이 33세입니다. 이효리보다 열 살이
많은 1969년 생으로 개천에서 난 용의 마지막 세대(?) 쯤 되는 또
한사람의 여성 유명인이 있습니다.

요즘 한국의 정치판을 개판으로 만들고 있는 주인공, 바로
통합진보당의 이정희 전 대표입니다. 이정희는 가난한 떡 공장 일꾼의
딸입니다. 강남 사는 부잣집 딸도 아니고 비싼 과외 공부도 받아보지
못했지만 그는 87년 학력고사에서 인문계 전체 여자 수석을 했습니다.
그리고 서울 법대에 진학해 사법시험 38회에 합격하고 변호사가
됐지요. 2008년 민주노동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된지 2년만에
당대표에 당선됐습니다. 이후 진보진영이 내세운 최고의 간판
상품으로 떠오르며, 차세대 여성 정치지도자 300인중 1위를
차지했습니다.(2010년)
글자 그대로 욱일승천에 승승장구를 거듭하던 한국 진보의 아이콘 이정
희가 지금 속절없이 추락하고 있습니다. 높이 오른 만큼 추락의 상처는
더욱 치명적일 테지요. 좌파교수 조국이 ‘진보의 붉은 장미’라고 띄운
이정희는 지난 보름사이에 어떤 이의 표현에 따르면 “참담하게, 무서
운 속도로, 완벽하게” 무너졌습니다. 용 되기 전 어릴 적에 놀던 개천
의 구정물 속에 이정희는 다시 코를 박았습니다.

지난해 이정희를 인터뷰한 동아일보 조수진 기자가 쓴 칼럼엔 이런
글이 나옵니다.
“40대 초반이지만 크고 맑은 눈망울, 소녀 같은 얼굴, 해맑은 미소 속에
서 주사파나
종북주의자의 면모는 얼른 눈에 띄지 않았다. 그는 기대를 받는 젊은 정
치인답게 주요현안에 대한 생각을 차분하게, 논리적으로 피력했다...”
그런데 북한문제가 나오자 소녀같은 얼굴도, 해맑은 미소도 사라지고
태도가 돌변하더라고 조수진 기자는 썼습니다. 천안함, 연평도, 북한의
인권, 국가 보안법 등에 대한 견해는 요지부동이었다지요. 국민들은
젊고 똑똑하고 참신한 이정희가 진보정당의 간판으로 나서게 되자
많은 기대를 했습니다. 불법과 폭력 대신 법과 질서의 테두리 안에서
논리로 싸우고 개혁을 외치는 업그레이드 된 진보의 아이콘이 돼주길
바랬습니다.
헌데 이정희는 거꾸로 갔지요. 불법시위 현장을 부지런히 찾아다니며
경찰과 맞붙고, 힘이 부치면 아무데서나 드러누워 시장바닥의
여편네처럼 게거품을 물었습니다. 이정희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바로
이 ‘길바닥에 드러누워 게거품 물기’입니다. 종북의 DNA를 공유한
같은 당 의원 김선동이 지난해 국회의사당 안에서 최루탄을 터트리자
이정희는 최를 안중근·윤봉길 같은 의사라고 치켜세웠습니다. 그의
남편은 지금까지도 KAL기 납치 폭파범 김현희가 가짜라고
주장하는 ‘원조 종북’ 심재환 입니다.

이정희의 광기·엽기
이정희는 통진당 비례대표 경선에서 대리 투표, 무더기 투표, 시간외 투표, 유령투표, 전산서버 수시 접속 투표 등 엄청난 부정이 드러났는데도 “선거 부정이 아닌 단순한 관리 부실”이니 “마녀 사냥”이니 “증거가 없으니 무죄추정 원칙에 따라 무죄”니 하며 억지 궤변을 늘어 놨습니다. 똑똑하고 공부많이 하고 논리적이던 이정희가 이번 통진당 사태에서 보인 행태는 사뭇 엽기적이었습니다.
그는 단지 비례대표 2번인 종파의 보스 이석기를 보호하고 국회에 보내
려고 자신의
온몸을 던졌습니다. 같은 사상과 목적을 공유해 투쟁하는 골수 좌파 특
유의 광기어린 혁명적 동지애입니다. 이정희 대표가 이끄는 통진당은
교주의 지시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사교집단의 모습을 빼닮았
습니다.
이정희의 눈물겨운 살신성인(?)으로 이번 국회엔 골수 공산주의자,
남파 간첩 등 기라성 같은 종북주사파 국회의원들이 의사당 안에
둥지를 틀게 됐습니다. 이들은 국회의원으로서 일반사람들은 접근하기
어려운 국가안보에 관한 각종 기밀을 자유자재로 들춰보게 됩니다.
불체포 특권과 면책 특권의 보호막 속에 하고 싶은 말을 마음대로 하게
될겁니다.
최루탄 의원 김선동이나 주사파 보스 이석기가 의정단상에
올라 ‘수령님 어록’을 낭송하는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이정희는 이효리
처럼 이를테면 멸종위기를 맞고 있는
‘개천에서 난 용’입니다. 요즘같이 부가 세습되고, 계층이동이 원천적으
로 어려운 세상에서 온갖 시련과 역경을 딛고 어느 한 분야에서 우뚝
선 ‘개천에서 난 용’을 보는 느낌은 상쾌합니다. 이효리는 원래 팬덤 그
룹도 많지만, 안티도 많은 연예인입니다. 헌데
힐링캠프 이후, 안티가 확 줄었다네요. 가난한 이발소 집 딸의 인간승
리 스토리가 많은 이들에게 용기와 희망과 공감을 안겨 줬습니다.
이효리가 자신의 ‘개천’인 20 몇년 전의 이발소를 찾았듯이, 이정희도
아버지가 일하던 그 남루한 옛 떡집을 한번 찾아가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구정물 뿐이던 어릴적 ‘개천’앞에서 과연 오늘의 대한민국이
민중에 의해 해방 되야 할 대상인지를 수능시험 전국 1등 수재의
머리로 한번 곱씹어 보면 어떨까요. 이정희 패거리들이 이번에 회의
때마다 애국가 대신 부른 ‘민중의 노래’엔 이런 가사가 나옵니다.
“어둠에 찬 반도의 땅, 피에 젖은 싸움터에, 민중의 해방위해 너와 나
한 목숨 바쳐...”
이정희가 삶이 고달픈 많은 국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더욱 많은
이들로부터 사랑받는 ‘개천 용’이 되지 못하는 게 안타깝습니다


011-228-3063
lsk394@paran.com
松岩